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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칼럼;상트페테르부르그 11회 &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김세곤 (역사칼럼니스트)고통 속 죽임 당한 예수가 십자가서 내려지는 그림은 가장 비극적인 장면
등록날짜 [ 2018년11월07일 08시30분 ]

에르미타시 박물관 루벤스 방에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보았다. 고통 속에서 죽임을 당한 예수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림은 가장 비극적인 장면으로 베이덴 · 루벤스 · 렘브란트 등 여러 화가들이 그렸다.
       
                     
루벤스(1577∽1640) 그림 앞에서 숨을 멈추었다. 그림은 비극적이지만 엄숙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예수는 머리를 뒤로 하고  새하얀 천에 휘감겨 있는데 손과 발에 박힌 못 자국이 선연하다. 예수의 시신 주변에는 6명이 있다. 남자가 3명, 여자가 2명이고 나머지 한 명은 예수를 손으로 잡고 있는데 얼굴은 아예 안 보인다. 
 
사진 11-1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이 다섯 사람이 누구일까? 이들은 요셉과 니고데모, 그리고 사도 요한, 성모 마리아, 막달라 마리아이다. 그림 가운데에 두건을 두르고 있는 이는 요셉이다. 의회 의원인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빌라도 총독에게 청하여 예수의 시신을 인수받았다.  왼편의 수염을 기른 남자는 니고데모인데 천으로 예수를 감싸고 있다. 그림을 찬찬히 보고 있노라니 니고데모는 눈물을 참고 있는 모습이다.

오른 편에 진홍색 옷을 입은 이는 사도 요한인데 두 발을 사다리 위 올려놓고 두 손으로 예수의 등을 받치고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었을 때 열두 제자 중 그 곁을 지켰던 사람은 요한뿐이었다. 

한편 왼편에 자주색 옷을 입고 예수의 옆구리를 만지고 있는 여인은 성모 마리아이고, 한 발을 꿇고 예수의 두 손을 잡고 있는 분홍 드레스의  여인은 막달라 마리아이다.  

그런데 성서를 보면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렸을 때 같이 있던 사람은 5명만이 아니었다. 요한복음에는 “예수의 십자가 밑에는 그 어머니와 이모와 글레오파의 아내 마리아와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서있었다.” (요한복음 19장 25-26)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님의 시신을 가져가게 해 달라고 청하였다. 그도 예수의 제자였지만 유다인 들이 무서워서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빌라도의 허락을 받아 요셉은 가서 예수의 시신을 내렸다.
 
그리고 언젠가 밤에 예수를 찾아 왔던 니고데모도  침향을 섞은 몰약을 백 근 쯤 가지고 왔다. 이 두 사람은 예수의 시신을 모셔다가 유다인들의 장례 풍속대로 향료를 바르고 고운 베로 감았다.” (요한복음 19장 38-41)라고 적혀 있다. 이렇게 예수의 최후를 지켜 본 이는 여러 사람이었다.    

실제로 루벤스가 1612년에 그린 벨기에 안트베르펜 노트르담 성당에 있는 제단화(祭壇畵)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에는  8명이 나온다.

이 그림은 일본 애니메이션 '플랜더스의 개(A Dog of Flanders)'에서 화가 지망생 넬로와 개 파트라슈가 추운 겨울날,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 보았던 그림이어서 더욱 유명해졌다. 1)   

이 그림에는 예수의 곁에 요셉과 니고데모, 요한이 있다. 니고데모는 두 발을 사다리에 올리고 있고, 진홍색 옷을 입은 요한은 한 다리를 사다리에 걸치고 있다. 청색옷의 성모 마리아는 예수를 만지려고 손을 뻗고 있고, 막달라 마리아는 두 손으로 예수의 발을 잡고 있다.

사다리 꼭대기에는 한 남자가 흰색 천을 이빨로 물고 있다. 또 웃통을 벗은  남자는 흰 천을 잡고서 예수를 내리고 있다.

사진 11-2  안트베르펜 성당에 있는 루벤스의 그림

그런데 루벤스가 그린 두 그림 모두 성모마리아의 모습이 의연하다. 자식을 잃은 슬픔은 찾아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성화에서 성모 마리아는 슬픔에 겨워 의식을 잃고 실신한 것으로 그려졌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본 베이덴(1399∽1464)이 1435년경에 그린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에는 성모 마리아가 실신하여 성 요한과 한 여인의 부축을 받고 있다.


사진 11- 3 베이덴의 그림

루벤스 보다 후배인 렘브란트(1606∼1669)가 1634년에 그린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실신한 성모 마리아가 두 여인의 부축을 받고 있다. 

사진 11-4 렘브란트 그림 (에르미타시 박물관 소장)

그런데 루벤스는 성모 마리아를 왜 이렇게 그렸을까? 그것은 카톨릭의 반종교개혁과 관련이 있다. 

 

1) 일본 애니메이션 '플랜더스(플랑드르의 영어식 표기)의 개'는  1872년에 출간된 영국의 여류 작가 위다(Ouida)의 소설을 1975년에 일본 쿠로다 요시오 감독이 각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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