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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제’ 도시정비사업에 약 될까, 독 될까?
등록날짜 [ 2017년09월29일 19시53분 ]


[아유경제=서승아 기자] 후분양제 도입이 점점 본격화되고 있어 이를 놓고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최근 강남 등 일부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이 상승하자 정부가 분양보증을 통해 분양가 규제에 나선 것이다. 이에 본보는 후분양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배경과 전면 도입될 경우 재개발ㆍ재건축 등 도시정비업계에 미칠 여파 등에 대해 조명해봤다.

투기 예방 가능한 `강점`에 다시 불려온 `후분양제`

후분양제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지난 2월 13일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이 대표발의 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아파트 건설 공정이 전체 80%에 달한 뒤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은 선분양제 또는 후분양제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일정 요건만 갖추면 착공과 동시에 선분양을 할 수도 있고, 건축비 조달 부담이 없어 대부분 선분양제로 주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윤 의원은 "선분양은 분양권 불법전매, 고분양가 확산의 원인으로 주택시장 정상화의 걸림돌"이라며 후분양제 인센티브 차원에서 주택도시기금이 후분양을 택하는 업체 건설자금에 출ㆍ융자할 수 있게 하는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도 대표발의했다.

후분양제는 이미 2003년에 전면 도입이 검토된바 있다. 당시 대한주택공사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급하는 공공아파트를 시작으로 공공택지 내 민간 아파트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당시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고 아파트 분양 원가 투명성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주택공사의 부채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2008년 금융위기로 후분양제 도입은 흐지부지됐다.

현행 「주택법」은 주택 분양 방식인 선분양이나 후분양을 직접 규정하고 있는 반면, 국토교통부령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착공과 동시에 선분양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주체는 선분양제와 후분양제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으나 주택 가격 상승기를 지나며 선분양에 따른 매매차익 기대를 가진 수요자와 적은 금융 부담으로도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공급자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현재 선분양제 위주로 주택건설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주택공급 방식으로 채택하는 선분양제는 주택사업자가 대지소유권을 우선 확보한 뒤 분양보증을 받고 청약을 통해 입주자를 모으는 방식이다. 주택사업자는 총 사업비의 약 5%만 부담하고 나머지 95%는 소비자 부담이다. 다만 분양권은 소비자에게 주어지고 거래도 가능하다. 여기에 웃돈이 붙고 투기도 가능해졌다는 게 후분양제 논의의 출발점이다.

선 시공 후분양제의 가장 큰 장점은 입주 전 차익을 노린 단기투기가 어려워 투기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아울러 새 아파트에 의해 기존 아파트값이 따라 오르는 부작용이 해결돼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 공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실제 위치와 일조권 등을 확인해보고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강남 재건축, 분양가상한제 피해 `후분양제` 도입 추진… 조합 "속도전 돌입"

이 같은 장점들을 중심으로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에 후분양제 도입이 활발히 언급되고 있다. 강남 재건축사업들이 후분양제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를 진행하는 이유는 분양가상한제 때문이다.

후분양제는 착공한 뒤 아파트가 평균 80% 이상 지어졌을 때 입주자를 모집하고 분양하지만, 현재는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를 받아 착공을 받은 뒤 바로 분양에 돌입하는 선분양제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강남 재건축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부동산시장이 과열되자 고분양가에 대한 제재에 대대적으로 나서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에 정부가 주택보증공사를 통해 사실상 아파트 분양가를 제한해 재건축사업의 수익성이 타격을 받게 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등 강남 4구와 경기 과천시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정해 주변 분양가보다 분양가를 10% 이상 높게 정하지 못하도록 한바 있다.

분양가에 상한선을 둬 일반 분양가가 낮아지면 재건축 조합원들이 내야 할 분담금은 더 늘어난다. 건설사도 낮은 분양가 때문에 수익성에 타격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후분양제다.

지난 27일 업계 소식통 등에 따르면 신반포3차ㆍ경남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시공자인 삼성물산과 후분양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신반포3차ㆍ경남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줄이기 위해 사업 속도를 더할 수 있는 발판으로 후분양제를 선택해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오는 11월 30일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해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까지 피할 수 있도록 사업에 속도를 더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실제로 재건축사업 수주에 나선 건설사들도 적극적으로 후분양제를 제안하고 있다.

지난 9일 열린 신반포15차 재건축 시공자선정총회에서 대우건설은 조합이 분양 시기를 조절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점을 내세운 후분양제를 제안해 수주에 성공했다.

반포주공1단지1ㆍ2ㆍ4주구 재건축 시공권 경쟁을 벌였던 GS건설과 현대건설도 수주전 당시 후분양제 도입도 가능하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특히 이곳 시공권을 가져간 현대건설은 선분양과 후분양 중 조합 선택을 따라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강남 재건축사업들이 후분양제를 도입하게 된 배경은 후분양을 하게 되면 분양가상한제 안에서 법적으로 최대한 분양가를 올릴 수 있는 돌파구가 생긴다는 점 때문이다. 아파트 골조공사를 2/3 이상으로 한 뒤 분양할 경우 HUG의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돼 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실시공 방지 위해 후분양제 도입 `부각`
업계 "후분양제 대비한 다양한 안전장치 마련한 뒤 도입해야"

이런 상황 속에서 업계 일각에선 최근 아파트 부실시공에 대한 문제가 더욱 대두됨에 따라 대안으로 후분양제나 선분양 제한제도가 추진돼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경기도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아파트 짓기 전 계약이 체결돼 부실시공이 우려된다`며 현행 아파트 선분양 제도를 재검토해야한다고 답했다. 설문조사는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만 19세 이상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6%가 현재 거주하는 주택에 부실시공 문제가 있었다고 답했다. 부실시공 유형은 누수가 25%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방음 미흡(24%), 단열 미흡(16%), 벽면 균열(9%), 하수구 배관부실(9%) 순이었다.

또한 관련 법제화도 추진되고 있다.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사업주체에 대해서는 준공검사 이전에 입주자 모집을 제한하는 관련 법안이 최근 발의됐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주택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주체가 입주자를 모집하려는 경우 입주자모집 시기, 시공 실적, 하자 발생 빈도 등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미달하는 사업주체에 대해서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의 준공검사 승인 이전에 입주자 모집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의원은 "아파트 부실시공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사용검사 승인을 강화하거나 시정요구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제재 조치가 실제적으로 사업주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실 피해자인 입주민에 대한 대책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다"며 "「건설기술진흥법」의 부실벌점제도 등을 활용해 시공 실적 미달, 하자 발생 빈도가 잦은 사업주체에 대해서는 준공검사 이전에 입주자 모집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선분양 제한제도를 도입하거나, 주택도시기금의 활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해, 아파트 부실시공 및 하자로 인해 피해 받는 입주민을 보호하고, 품질이 보증된 안전한 공동주택이 보급돼야한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투기를 줄이고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 후분양제 도입은 지속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선분양제와 후분양제 모두 장단점이 있어 제도를 바꾸는 것은 심사숙고해야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후분양제는 80% 이상 공사가 진행된 후 소비자는 분양받을 아파트에 대한 실물의 상당부분을 확인할 수 있고 공사비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이 가능해 분양가 거품 방지도 할 수 있다"며 "하지만 후분양제를 시행할 경우 사업 주체인 조합들의 초기 사업비 조달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는 점과 같이 양날의 검을 쥐고 있어 후분양제 도입을 섣불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한국주택문화연구원 노우창 기획1실장은 "대출심사가 강화돼 비용 마련 등이 어려워진 소비자들은 후분양제가 시행될 경우 주택 구입자금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논의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며 "이제는 실수요자를 위한 주택공급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후분양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후분양제의 도입 여부와 그에 따른 대안 마련이 이뤄져 피해가 최소화 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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